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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사마르칸트 만나기 🇺🇿 Seulda Samarqand bilan uchrashish

by 사마르칸트 세종학당 2024. 2. 12.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본 사마르칸트 아프로시욥 팍물관에 있는 고구려 사신이 그려진 벽화 모사도

서울에서 사마르칸트를 느끼고 싶다면...

2022년만 하더라도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해외여행의 길이 거의 막혀 있어서 우즈베키스탄에서 여행하러 오신 한국 관광객 분들을 거의 보지 못했었는데 작년 2023년도에는 사마르칸트의 랜드마크인 레기스탄 광장에 가면 심심찮게 한국 관광객 분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사마르칸트에 여행 오신 분들이 거의 빠뜨리지 않고 가는 여행 코스 중의 하나가 사마르칸트 아프로시욥 박물관입니다. 그 박물관은 2019년 문재인 전 대통령께서 우즈베키스탄에 국빈방문 하셨을 때 방문했던 곳 중의 하나로 7세기에 그려진 벽화에 고구려 사신으로 추정되는 그림이 있어서 주목받았던 곳입니다. 어떻게 고구려 사신이 여기에 그려져 있는지 정확한 사유는 밝혀진 것이 없고 상상과 추정의 영역에 맡겨져 있지만 실크로드의 길을 따라 상인들뿐만 아니라 외교적인 교류도 이루어졌음을 증명해 주는 중요한 역사적인 사료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사마르칸트 아프로시욥 박물관까지 가야 볼 수 있는 그 고구려 사신도 벽화를 서울에서 볼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국립중앙박물관입니다. 

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이렇게 훌륭한 박물관을 무료로 개방하고 있는 것에 한편 감사하면서도 20세 이상 성인에게는 경복궁 정도의 입장권을 받는 게 이 박물관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훌륭한 공간입니다. 우즈베키스탄 학생들에게도 한국에 가게 되면 꼭 가 보라고 항상 추천하는 곳 중의 하나입니다.

아무튼 국립중앙박물관 3층 317호실은 중앙아시아관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들어가자마자 이 고구려 사신도가 한 벽면을 차지하고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고구려 사신도는 사마르칸트 아프로시욥 박물관의 협조를 받아 제작한 모사도입니다. 하지만 제가 우즈베키스탄에 가기 전에 국립중앙박물관에 몇 번 왔는데도 이 사신도에 대한 인상이 없었는데 2024년 새해를 맞아 설을 쇠기 위해 잠시 한국에 들어온 후 국립중앙박물관에 가서 본 이 사신도는 왜 이렇게 반갑고 감회가 새로울까요? 너무 반가워서 오랫동안 그 자리를 뜨지 못하고 한참을 보고서야 발걸음을 겨우 옮겼습니다. 혹시라도 우즈베키스탄에 여행 가시려는 분들은 미리 여기에 들르셔서 실크로드의 중요한 교역로 역할을 했던 사마르칸트의 역사에 대해서 미리 공부하신 후에 사마르칸트 아프로시욥 박물관에 방문하신다면 더 깊은 감회를 느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중앙아시아관을 나와서 바로 옆방의 메소포타미아관에 들어갔는데 한 아버지가 초등학생인 아들에게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문명이 발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자상하게 설멍하는 것을 엿듣게 되었습니다. 그 아이에게는 그 어떤 역사책에서 배운 지식보다 아버지에게 들은 이 지식이 평생 기억될 것이고 또 이 아이가 크면 본인의 자식에게도 따뜻하게 알려주는 아버지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모습이 참 인상 깊게 다가왔습니다. 이 박물관이라는 공간을 통해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처럼 과거가 현재와 소통하고 그런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소통이 미래에 영향을 주고 연결해주고 있다는 점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제가 티스토리라는 이 공간에 남들이 거의 보지 않는 저의 글을 부끄러움에도 불구하고 올리는 이유도 내가 여기 사마르칸트 세종학당장으로 일하면서 이곳 우즈베키스탄에 대해 알게 된 지식이나 정보들을 기록으로 남겨 놓아야 한다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종의 책임감 때문입니다. 제가 잘나서가 아니라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여기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는데 제가 언젠가 물러났을 때라도 제가 남긴 이 기록들이 제 후임으로 오는 분이든, 우즈베키스탄에 일하러 오셔서 기초 우즈베크어라도 빨리 익히고자 하는 세종학당 교원분들이든, 무슨 이유로든 우즈베키스탄에 대한 작은 정보라도 필요한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큰 보람과 의미는 없을 것 같습니다. 좋은 기록은 좋은 대로, 부족하고 미숙한 기록은 또 부족한 대로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기록을 남기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며 더 나은 자료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제 50대에 접어든 후 박물관에 처음 왔는데 이전과 사뭇 그 느낌이 다름을 느낍니다. 긴 역사의 시간에 인류가 치열하게 남긴 삶의 흔적을 보면서 영겁의 시간에 점에 불과한 오늘을 살아가며 보다 겸허한 마음으로 살아가야겠다고 마음을 다시 다잡게 됩니다.

박물관 musey (뮤제이)

역사 tarix (타리흐)

느끼다 his qilmoq (히스 클먹)